최근 먹은 3가게 마카롱 먹은것

모 가게 사건 이래로 마카롱에 갑자기 확 꽂혀서 마카롱 마카롱 노래를 부르다가 지난 금요일이었나 비가 억수 같이 내리는 날에 마카롱을 사겠다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에 있는 가게 3군데를 찍고서 쭉 돌고 올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마카롱 전문 가게들은 일주일에 이틀이나 사흘 정도만 오픈하더라. 나머지 날에는 제과 수업을 하거나 뭐 그런 식으로 운영되는 듯.

비도 오고 하니까 뭐 그리 사람이 많겠어? 했는데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마카롱 가게는 줄을 이미 꽤 길게 서 있었다... 지나가는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죄다 저건 뭐 하는 가게야? 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물론 서 있는 사람의 98프로는 여자. 2프로 정도의 남자들은 회사에서 모든 팀의 후식으로 사오라는 명을 받은 듯 20개 정도씩 막 사가더라. 물론 다들 많이씩 사더라. "내가 이 동네의 마카롱 성애자지! 후훗!" 하는 마음으로 나선 나는 굉장한 쩌리가 되어서 그냥 평범하게 나 먹을 것만 서너 개 정도 샀다... 어쨌든 다른 가게도 갈 거니까!!!

여하간 그래서 사온 세 군데의 마카롱 비교 시식. (나 혼자 ㅋㅋㅋ)

미리 말하는데 나는 마카롱 잘 모른다... 피에르 에르메가 맛있었다는 건 알겠는데 그 외의 마카롱은 그냥 마카롱일 뿐... 해외 나가서 마카롱 먹어본 적도 없고 맛있는 마카롱의 기준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평가는 그냥 내 취향대로일 뿐이다. 참고를 해도 좋고 참고하지 않아도 좋다. 그래서 가게 이름도 밝히지 않겠다 ㅋㅋㅋ (정 원하시면 댓글로 물으셔도 되는데 그저 제 취향일 뿐이라 도움이 안 되실지도요...)


같은 걸로 먹어봐야 비교가 되지! 라는 마음으로 셋 다 바닐라 맛. 오른쪽의 보라색이 1번 가게, 위쪽의 녹색이 2번, 살구색을 3번으로 지칭하겠다. 

이게 좀 더 제대로 크기 비교샷. 2번 가게는 뚱카롱인데, 크림만 많은 게 아니라 마카롱 자체가 작은 초코파이만큼 커다랗더라. 셋 다 가격은 2000-2500원선. 비슷했다. 1번 가게는 30분 넘게 나를 기다리게 만든 무서운 가게. 3번 가게는 아직 유명세가 없어서 기다릴 필요는 없고 기본 타입의 마카롱을 만드는 가게.

사실 1번 가게에 꽤 기대를 했다. 아니 뭔놈의 마카롱을 사기 위해 직장인들이 30분 이상씩 줄을 서...!! 점심시간도 짧을 텐데!! 얼마나 맛있나 한 번 봐주겠어!!! 라는 그런 마음...

그런데 보니까 주문받고 포장하는 게 좀 많이 느리더라... 어차피 종류별로 하나씩 사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 정도는 미리 포장해둬도 되지 않나 싶은 그런 기분... 그리고 마카롱이라서 한꺼번에 많이 못 내놓고 조금씩 내놓다 보니 중간중간 추가하러 또 안쪽으로 들어가고 그러는데 그것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더라. 뭔가 대책이 필요할 거 같은 가게였으나 뭐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겠지.

기본적으로 꼬끄 모양은 1번 가게가 가장 완벽하더라. 2번은 뚱카롱이라서 잘 나오기 어렵고, 움푹하게 모공(...)도 많이 생기고.. 3번도 예쁜데 약간 납작하게 퍼지는 경향이 있는 듯. 하지만 매끈한 정도는 3번이 가장 예뻤다. (다시 말하지만 바로 위 사진은 1, 3, 2번의 순서다...)

자, 그러면 대망의 맛은?


나는 뚱카롱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게 크게 만들 수 있으면 마카롱은 처음부터 컸겠지! 라는 편견도 있고, 꼬끄와 크림에는 적당한 밸런스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먹기 불편한 것도 있고 해서 애초에 2번에 대해 기대를 안 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상보다 훨씬 멀쩡한 마카롱이었다...!!

아예 꼬끄도 크고 하니까 크림이 많은 것도 적당히 어울리더라. 아주 좋으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같은 가격에 사이즈가 크니까 그냥 많은 양을 원할 때 괜찮을 듯. 그리고 셋 중에서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먹었을 때 가장 먹기 좋았다. 녹은 후에 먹으니까 얘는 좀 안 되겠더라. 먹기도 불편할 뿐더러 느끼해졌다. 그냥 시원하고 약간 굳은 상태에서 먹으니까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그럼 좀 더 트래디셔널한 두 개를 보자. 1번(보라)과 3번(살구).

같은 맛인데 왜들 이렇게까지 다양한 색깔로 만드는 걸까 신기... (뭐 맛은 크림맛이고 꼬끄 맛은 아니긴 하지만.)

기대했던 1번은 꼬끄의 완성도가 3번보다 좋았다. 파삭 부서지고 안이 살짝 쫀쫀한 느낌이 나는 게 훌륭하더라. 그런데 크림이 뭔가 미묘... 바닐라인데 크림치즈를 섞은 거 같은 그런 약간의 시큼함이 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냉장고에서 30분쯤 꺼내놨는데도 크림이 버터크림처럼 좀 단단한 편이었다.

3번은 꼬끄가 퍼진 느낌이라 그런지 파삭함이 살짝 부족한데 대신에 크림이 좀 더 달고 내 취향. 여기는 30분 꺼내놓으니 크림이 굉장히 부드러워져서 먹을 때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1, 3번의 호오를 정확히 결정할 수 없어서 하나 더.


레드벨벳 맛. 왼쪽이 3번, 오른쪽이 1번. 꼬끄 모양을 보면 구분이 갈 텐데 1번 가게가 꼬끄가 더 예쁘고, 3번은 납작하게 퍼져서 오톨도톨한 부분이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 보인다.

옆에서 봐도 꼬끄 두께가 다른 게 보인다.

레드벨벳은 애초에 크림이 치즈맛이 나는 거니까 당연히 크림치즈맛의 시큼함이 약간 있었는데, 역시나 3번 가게의 크림이 좀 더 달고 1번 가게는 버터크림처럼 살짝 단단했다. 1번 가게 크림이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데... 뭐라고 못하겠고 여튼 내 선호도에서는 조금 떨어진다. 

1번 가게가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나는 그냥 3번 가게로 가게 될 듯. 주인 언니도 친절해...


추가 시식을 했던 H씨는 3번 가게의 손을 들어주었다. 30분 이상 실온에 놔뒀는데 크림이 녹지 않다니 1번은 좀 이상해, 라는 평을 남겼다. (사실 왜 안 녹는지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이걸 장점으로 봐야 하는지 단점으로 봐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신나게 이렇게 마카롱을 열 개도 넘게 사와서 혼자 우적우적 다 먹고 나니까 마카롱 열풍은 약간 가라앉았다. 이 열풍에까지 피에르 에르메가 버티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기분이 조금 들었다... ㅋㅋㅋ

조만간 위고 에 빅토르 마카롱을 한 번 먹어봐야지. 냉동으로 들여오는 수입 마카롱은 어떤 맛인가 한 번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비싸지만... ㅋㅋㅋ


간만의 사치스러운 먹부림이었다. ㅋ..



덧글

  • 2018/05/26 23: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5/31 10: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5/31 19:2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6/01 19:2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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