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혼잣말

문화센터 수업이 있는 날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이 미세먼지에 애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문화센터 도착해서 교실에 들어갔는데 교실이 텅 비어있는 거다. 어라? 하고 그제야 수강내역을 확인하니 다음주였다. 등록할 때 날짜가 뭔가 머릿속 한 구석을 살짝 찔렀지만 그걸 확인하지 않고서 그저 당연히 다음 일요일이겠지, 라고 믿었던 거다. 암시의 힘이라고 해야 할지,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는 행동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텅 빈 교실을 뒤로 하고 백화점으로 와서 대신에 밥을 먹고 쇼핑을 했다. 뭐, 대단히 큰일도 아니고 아이는 아직 문화센터 수업이라는 게 뭔지조차 모르는 나이다. 그저 내 마음에 위안이 되기 위해서 하는 일일 뿐. 그래도 아이한테는 살짝 미안했다.

한달이 조금 넘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이래저래 쌓인 것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조금 엄격하게, 저녁을 안 먹는 방향으로 다이어트를 했다. 물론 샐러드나 두부 같은 걸로 먹는 건 상관없는데, 귀찮으니 차츰 그것도 안 챙겨먹게 되더라. 안 먹으니 그리 배가 고프지도 않고, 애초에 점심을 2시쯤 먹는 편이라서 괜찮기도 하고 해서 한달 잘 했는데 슬슬 벽에 부딪쳤다. 아침도 커피 한 잔으로 때우고 제대로 먹는 식사가 점심뿐이라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식사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거다. 밥도 먹고 싶고 빵도 먹고 싶다든지, 밥도 먹고 싶고 면도 먹고 싶다든지 그럴 때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오늘 점심에 비빔밥을 먹기로 하면 파스타는 내일 먹어야 한다. 그러니까 굉장히 인생의 즐거움이 떨어진다. 지금까지는 이럭저럭 버텼는데 슬슬 한계인 것 같다. 특히 어제 그제는 상황상 저녁을 좀 챙겨먹었더니 미친 듯이 오늘도 저녁식사가 땡긴다. 의지력으로 가볍게 먹고 버텨야 하는지, 오늘 하루 먹고 싶은 걸 먹고 내일부터 다시 좀 편안한 마음으로 식단 조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먹는 게 인생에서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새삼 느꼈다. 취미란 서로 존중해야 하는 영역이지만 그래도 먹는 걸 별로 따지지 않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나 자신, 혹은 내 가족 정도에만 집중하고 외부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굉장히 삶이 편안할 것 같다. 티비에 나오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연예인,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 심지어는 저기 남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관심이나 신경을 끄는 것은 참 많다. 하지만 그런 것들 전부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내 일과 내 사람에게만 신경을 쓰면 참 편안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면 내 세상은 오로지 내 사람으로밖에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만 같다. 우물 안 개구리는 마음이 편하겠지. 그 우물이 마르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우물 밖에 신경 쓰는 개구리는 더 훌륭하고 거시적인 시선을 가진 걸까? 뭐가 옳은지,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스럽다. 

물론 좁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내 일도 아닌 것에 마음이 피로해지지는 않으면 좋겠다. 어려운 일이다. 

오늘 저녁엔 라면 먹을까 봐. 라면이 너무너무 먹고 싶어. ㅋㅋㅋ



덧글

  • sujikiss 2018/03/27 16:28 #

    먹는걸 너무 즐기는 1인인데 또 많이 먹지는 못해서 식탐만 있어요..
    그래서 맛없는걸로 배채우는게 세상에서 젤로 싫구 이것도 먹고싶고 저것도 먹고싶은데 배불러서.. ㅋㅋ
    일단은 임신기간이니 살 생각안하고 마구 먹고있어요 ㅎㅎ
    한달이나 유지하신거 대단하세요! 가끔씩은 라면정도..괜찮지 않을까요..쩜쩜
  • sandmeer 2018/03/28 09:47 #

    앗 수지님 안녕하세요! 블로그 늘 눈팅하고 있습니다. :)
    저도 임신 때 아무 거나 다 먹고 라면도 상관 안 하고 내가 좋은 게 애도 좋은 거야 막 그러고 먹었어요 ㅎㅎㅎ 그때는 뭘 먹어도 죄책감 없는 좋은 기간... 소화가 좀 안 될 뿐이죠 흑흑...
    결국에 그 이후에 라면도 먹고 불닭볶음면도 한 번 먹었습니다. 장기적인 다이어트를 하려면 가끔 먹고 싶은 거 먹어주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해야 하는 거 같아요. 다시 시작.. 할 수 있겠죠..!
    예쁜 아가 슝 낳으시고 금세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시기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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