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이탈리안, 소노 먹은것

외국에서 간 음식점 이야기를 쓸 때에는 이걸 음식점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여행기로 분류해야 하는지 언제나 고민된다. 대체로는 다시 가고 싶거나 남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가게는 음식점으로 분류하고,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으면 여행기로 분류하는 것 같다. (나는 그렇다.)

그래서 이 가게는 음식점 소개에 들어간다. 동네에 있으면 주말마다 뻔질나게 들를 것 같은 가게라서... 

고베 산노미야 역에서 키타노 방향으로 가면 뭔가가 많이 있는 것 같은 골목이 나온다. 낮에는 음식점, 케이크 가게, 스테이크 가게 등등이 많이 보이는데 그 사이에 노란색의 어여쁜 가게가 보였다. 앞에 뭔가 자재도 쌓여 있고 그래서 아직 공사중인가 보네, 꽤 가보고 싶은 느낌인데, 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었다.

그런데 밤에 갔더니 멀쩡하게 영업하고 있는 거지......

낮이랑 분위기가 넘 다르잖아! 무슨 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밤에만 열어! 이게 뭐야! 

어쨌든 저녁 9시, 일본에서는 식사할 만한 곳을 찾기 어려운 시간. 한참을 빙빙 돌다가 마침내 내가 여기로 가자고 끌었다. H군은 일본까지 와서 왜 이탈리안을 먹어야 하는 거지 중얼중얼하며 따라왔다.

귀여운 조명. 진짜 냄비인지 냄비 모양으로 만든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가게는 안으로 들어가니 꽤 넓은 편이었다. 식사와 술을 하는 사람들이 몇 테이블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가격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여기는 고베. H군은 모르지만 고베는 외국 문물이라면 빠삭한 동네가 아닌가! 나름 기대를 하며 주문을 했다.

독특하게 안티파스토 모리아와세가 있는 데다가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일일이 고를 수는 없고 주는 대로 먹어야 하지만, 그게 또 재미 아닌가. 3종에 8백엔이기에 하나 주문하고, 피자도 묘하게 가격이 싸서 하나, 그리고 올리브 오일 소스의 성게 파스타를 주문했다.

(메뉴판은 메인 및 술은 안 찍었다. 하도 많아서........)

H군은 맥주. 잠깐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에 거품이 다 꺼져서 울었다...

나는 샹그리아... 인데...... 이게 6백엔이던가 7백엔이던가... 나온 양을 보고 처음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것들이 나랑 장난치나? 허허허... 라는 기분으로 마셨는데.

..........제길 맛있잖아..................

이러면 화를 낼 수가 없잖아.................

비싸도 맛있으면 화내지 못하는 비굴한 내 인생 ㅠㅠㅠ

그리고 안티파스토 3종 세트. 위는 이탈리아식 곱창 요리, 아래 왼쪽은 생선과 야채의 초절임, 오른쪽은 생선 카르파치오. 

사실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긴 일본이니까... 800엔의 3종 세트라면 당연히 손톱만큼 나올 줄 알았지! 그런데 양이 꽤나 푸짐하더란 말이다. 

새콤하게 절인 야채와 생선. 맛있었다.

카르파치오는 뭐... 카르파치오의 맛.

이탈리아식 곱창... 이거 맛있다. 의외로 토마토 소스와 곱창이 어울린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준 요리! 우리나라에는 이거 파는 곳 없나 싶도록 마음에 들었다. 술안주로도 잘 어울리고.

안티파스토 3종 / 6종 / 10종까지 있어서 여럿이 와서 10종 하나 시키고 술을 마시는 것도 괜찮겠더라.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 같은 테이블도 보였고. 동네에 있으면 이거 안주 삼아 술 마시러 종종 갔을 듯... 

피자. 나온 걸 보고 좀 웃었다. 아, 이래서 500엔이었구나. 어쩐지 싸다 했지. 바게트 빵 같은 느낌의 빵 위에 야채와 햄을 올린 가벼운 타입이다. 

하지만 질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물씬 나는, 가볍게 먹기 딱 좋은 피자였다. 큰 피자보다 둘이 먹기엔 이런 게 훨씬 좋더라.

피자와 안티파스토를 통해 기대치가 높았는데, 파스타는 그에 비해 양이 꽤 적은 편이었다. 1400엔이었던가... 나온 순간 아 그래 이게 일본 퀄리티지, 싶은 정도의 양이다. 

근데 맛있어........... 맛있단 말이야.............. 나 한 그릇 추가해서 먹음 안 되나여............. 

진짜 다음 날 또 오고 싶었다. ㅠㅠㅠㅠㅠ 못 먹어본 메뉴가 많은데 어어어엉..... ㅠㅠㅠㅠㅠ

다음에 고베에 가게 되면 한 번 더 들러보고 싶은 가게다. 오픈한 지 그리 오래 된 거 같지는 않은 느낌. 다음에 갈 때까지 있어주겠지? 있어줘! 있어야 돼!!! ㅠㅠㅠ

아... 어디 올리브 오일 파스타 맛나게 하는 곳 없나... 맛있는 올리브 오일 파스타가 먹고 싶다... 내가 해먹는 걸로는 애매하게 성이 덜 찬다... 남이 해주는 맛있는 올리브 오일 파스타가 먹고 싶다.

참고로 다 먹은 후에 H군은 여기 안 오려고 바둥거렸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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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키르난 2013/07/29 08:49 #

    ... 보기만 해도 술이 땡깁니다. 사진만으로도 술이 땡기는 음식은 오랜만이로군요...-ㅠ-;;;
  • 삼별초 2013/07/29 13:55 #

    꼭 한번 더 다녀와야지 아님 후회가 가슴 깊숙히 남더라구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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