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오페페, 곤잘레스 비아스 사 투어 여행기

2011년 5월, 스페인.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는 셰리주의 산지이다. 헤레슈를 아랍식으로 발음하다가 셰리가 되었다고도 하는데, 어찌 되었든 셰리의 발상지이고, 지금도 셰리가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이라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여기서 만든 술만을 셰리라고 한다고 한다.

사실 셰리라는 건 소설에서는 많이 봤어도 직접 먹어본 적은 없는 물건이라 안달루시아에 가면 꼭 갈 테다, 라고 마음먹고 있던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그렇게 흔히 알려진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도 그럴 게 이 동네, 오로지 셰리주 투어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스페인에서 가장 큰 셰리 회사가 바로 곤잘레스 비아스(Gonzales Byass)이다. 티오 페페(Tio Pepe)라는 유명한 셰리를 내놓고 있는 이 회사에서 하는 투어가 가장 크고, 그 외에 수십 개의 회사들이 이 동네에 자리를 잡고 있다. 대부분이 투어를 하고는 있지만 규모가 작은 편이고 오전에만 한다. 영어 투어가 확실히 있고 오후에까지 투어가 있는 건 곤잘레스 비아스 사뿐인 것 같다. 만약 이 동네에 가서 투어를 하실 분이 있다면, 다른 곳을 1차로 오전에 투어한 후 오후에 곤잘레스 비아스 투어를 할 것을 권한다. 포트 와인으로도 유명한 산더만(Sandeman) 사의 투어를 하고 싶었는데 오후에 갔더니 투어가 없더라. OTL...

곤잘레스 비아스 사에서 가장 유명한 티오 페페의 이미지 캐릭터. 병에 모자와 웃옷을 입힌 이 캐릭터가 얘네의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이 이미지를 갖고서 예술도 하더라...

어디 예술 학교 애들이 만든 거였나 그랬다. 자사의 이미지 캐릭터를 갖고 이런 공모를 할 수 있다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투어는 거의 한 시간마다 있다. 시에스타 시간에만 없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시에스타를 엄격하게 지키는 편이라 시에스타 시간에 하는 건 오로지 음식점밖에 없다. 밥이나 먹고 그늘에서 쉬라는 뜻일지도... 

곤잘레스 비아스 사의 설립자인 마누엘 곤잘레스. 비아스는 나중에 합병한 장관이었나 뭐 그런 사람의 이름. 와이너리 앞에 커다란 마누엘 씨의 동상이 있다. 

표에는 두 종류가 있다. 시음할 때 타파스를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나는 그냥 먹는 걸로 끊었다. 4유로 정도 차이났던 듯. 

안으로 들어가면 일종의 대기실이 있다.
대기실에 의자가 많긴 한데, 그 의자가 다 찰 정도로 사람이 많은 건 아니다. 대기실 벽면으로는 여기 들렀던 유명인사들의 사진이 줄줄이 걸려 있다.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고는 이 분 정도...
이티로 막 유명세를 타고 있던 스티븐 스필버그 씨. 하지만 나중에 가면 저 사람 정도는 찜쪄먹을 유명인이 나오신다... 뭐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기차를 타고 칙칙폭폭 신이 나게 달려간...... 꼬마기차를 타고 와이너리 안을 둘러본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여기다 심어놓은 포도는 폼이다. 실제로는 헤레스 주변으로 대단히 넓은 지역에 포도밭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쪽으로 가서 투어를 하는 코스도 있는 모양인데, 차가 없는 나 같은 찌질이에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술을 숙성시키는 곳. 술을 넣어두는 술통도 저기서 씻어서 다시 조립한다고 한다. 분해된 통들이 있는 모습이 꽤 귀여웠다. 19세기에 통 만드는 장인들이 왜 필요했는지 알겠더라... 

곤잘레스 비아스에서는 셰리뿐만 아니라 브랜디와 와인도 생산하는데, 여기서 만드는 브랜디 레판토는 스페인 전역에서 팔린다. 
레판토는 세 종류가 있다. Smooth, Dry, 그리고 그 중간. 셋 다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일행 수가 좀 된다든지, 나한테 여분의 돈이 좀 있었으면 사오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제기랄, 곤잘레스 비아스, 한국에 수출한다며! 거짓말쟁이들! 으헝헝...

폼으로 놔둔 옛날 증류기. 지금은 당연히 쓰지 않고 관광용으로 전시만 하고 있다. 옛날에는 이런 데에서 증류해서 술을 만들었다 이거지...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숙성 정도에 따른 셰리의 색깔 변화. 투명한 것부터 점점 색이 진해진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사간 셰리를 시음했을 때에는 단 것일수록 색깔이 진했다.

곤잘레스 비아스 사가 수출하는 각국의 국기를 전부 다 붙여놓은 통. 분명히 태극기가 있잖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곤잘레스 비아스의 술은 볼 수 없을 뿐이고! 으흑. 

왕실용으로 담은 술을 저장하는 창고... 라지만, 일종의 홀이다. 홀 전체를 대여해서 파티를 열거나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에도 주말에 결혼식 예약이 있다며 테이블을 설치해두고 있었다. 사진의 아줌마는 티오 페페 측의 영어 가이드 아줌마. ㅎㅎㅎ..

마누엘 곤잘레스 때부터 있던 곳이라서 그 시절의 방이 보존되어 있다. 저 먼지 덮인 술병들이 그때부터 있던 것들이라고. 안에 뭔가 멀쩡한 게 들어있기는 할까 모르겠다.

각국 왕족을 위한 유명인들에게 바쳐진 술통들. 알폰소 12세 같은 스페인 왕족이 있는가 하면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들에게 헌정된 술통들이 있다. 각 술통에는 그 유명인들이 직접 사인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좀 흔들리긴 했지만, 이분이 계신다. 여기는 스페인이거든!!! (저걸 보는 순간 스필버그 아저씨 따윈 중요하지 않아져 버렸다. 하, 하. 젠장, 이 아저씬 왜 사인도 멋있대;;)

시음용으로 나왔던 티오 페페. 전형적인 드라이 셰리이다. 굉장히 깔끔한 맛. 스위트 셰리도 같이 나왔었는데, 단 걸 좋아하는 내가 그걸 제쳐놓고 이걸 우선해서 마실 정도로 맛이 깔끔했다. 가격은 마트에서 4~6유로 사이였던 듯. 

물론 곤잘레스 비아스 사에서 건진 건 사실 얘보다 30년산 셰리 4종 시리즈였다. 들고 오느라 죽을 뻔했다... 정말로 무거웠다. 민박집 사장 언니야가 "너 이거 어떻게 들고 가니" 했을 정도. (하지만 가방에 넣어서 무사히 들고 왔다.) 종니 맛있었다... 그 모임의 기록은 하로님이 이미 상세히 올리신 바 있다. (술에 관한 정보 역시 하로님께로;; 나는 그 날 사진 한 장 찍지 않은 게으른 사람이라;;)

안달루시아 여행을 가는 사람들 중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들를 만하다. 세비야에서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 자체가 볼 게 많은 도시는 아닌데, 와이너리를 보고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