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혼잣말


1. 이럭저럭 또 한 번의 생일이 지났다. 묘하게 생일 전후로 좀 안 좋은 일이 생기곤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는 정말로 평화로운 날이 되어서 좀 기뻤다. 하지만 선물을 요구하지 않았더니 정말 아무도 선물을 주지 않았어... 그건 약간 서운하긴 한데, 뭐 요구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 게다가 뭐가 필요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기도 하고... 그냥 내 돈 주고 내가 사는 게 낫지 싶은 그런 기분이랄까.
올해의 케이크는 나폴레옹. 정원사님의 추천을 보고서 골랐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다. 나폴레옹은 참 기묘하게도 분명 맛있고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제품도 계속 내놓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풍스러운(촌스러운?) 분위기가 있단 말이지. 물론 그게 좋은 거지만.

2. 올 상반기의 일을 대충 정리했다. 8월 말까지는 더 이상 일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결정했다. 수업 들으러 가는 것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 하지만 정말 아무 일도 걸려 있지 않은 채 쉬는 게 얼마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기분이 묘하다.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하지 않는 그런 기분. 현대인은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다는데 나도 딱 그런 상태인 것 같다. 좀 더 마음 편하게 한두 달 지내야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는 생일이 있기도 했고, 감기 기운도 약간 있고, 그래서 모든 걸 손 놓고 쉬고 있다. 킨들 언리미티드도 결제해버렸고. 책이나 보며 멍땡 하고 쉬어야지. 

3. 조용하고 평화롭다는 건 참 좋다. 동네가 낮에 조용한 편이라서 일 없이 혼자 있으면 굉장히 평화롭다. 며칠 전, 신경이 굉장히 곤두선 적이 있는데 지나고 보니 그 날 하루종일 건너편 집에서 이사를 하느라 드륵드륵 소리가 나서 그런 것 같더라. 조용해지니까 신경도 다시 가라앉았다. 소음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란 참으로 무시무시하다.

4. 어제는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마사지를 받았다. 몸이 무거워져도 지금까지는 버틸 만했는데 드디어 불면증까지 오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그래서 마사지를 받아봤는데, 아아... 천국이었어. 시원하고 몸도 좀 가벼워진 느낌. 잠도 푹 잤다. 감기 기운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몸이 가벼워진 게 어디야!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못 받더라도(일도 사양했는데 어째서 나는 계속 바쁜가!) 가끔 좀 받으러 가야겠다. 

5. 소문의 전자화폐 투기열풍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할 게 좀 있었는데, 동거인과 함께 "투기로 수백 억을 벌어봤자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투자란 어느 정도 내가 예측해서 하는 거니까 얼마를 벌든 웬만큼 예측 범위란 말이지. 그런데 투기라는 건 모 아니면 도라서, 그걸로 갑자기 엄청난 돈이 훅 들어온다고 과연 만족하고 행복해질까? 아마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휩쓸려서 우왕좌왕하다가 오히려 인생이 나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나는 내 깜냥을 어느 정도 아는 편이고, 그래서 성실하게 일을 하고, 투자로는 그냥 소소한 돈을 버는 정도가 딱인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건 나 자신의 능력을 통한 성공이지, 투기를 통해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 내 이름, 내 평판이 올라가는 게 좋다. 그건 단순히 돈만으로 사들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물론 돈은 몇십 억 정도만 좀 있으면 좋겠다.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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