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번역의 중요성 혼잣말

Misogyny는 한국어로 "여성혐오"로 번역되었다. 틀린 번역도 아니고, 이보다 더 나은 번역이 있느냐고 물으면 분명히 그것도 아니다. 여성혐오라고 하지 않았으면 그냥 미소지니라는 단어로 써야 했을 것이다. 그보다는 한국어가 있는 게 낫겠다고 아마도 인문학자들은 생각했으리라. 영단어를 그냥 갖다가 쓰는 공돌이와는 다르니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여성혐오"라는 단어에는 더 이상 확장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이미 의미를 갖고 있는 두 단어가 그 의미를 가진 채로 합쳐졌을 뿐이다. 결국 이 단어를 보는 사람들은 "아 여자를 혐오하는 게 미소지니구나"라고 생각해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에는 문제의 소지가 많다. 간단히 말해서 이 단어는 더 이상 의미의 확장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미소지니는 단순히 여성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된 단어이지만, 현대에 와서 계속해서 그 정의가 늘어나고 있다. 옥스포드 사전의 미소지니는 "Dislike of, contempt for, or ingrained prejudice against women" 라고 정의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여자를 싫어하거나 혐오하거나 여성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인 것이다. 대부분의 영미권 사전에서 미소지니의 정의는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확장되었다. 단순히 여자를 혐오하고 싫어하는 것만이 미소지니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현재 미소지니는 "여성혐오"로 여겨진다. 심지어 "이건 여성혐오가 아니라 성차별이에요" 같은 말을 마치 학구적인 이야기인 것처럼 내뱉는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미소지니다. 그렇게 정의는 확장되는 중이다. 거기서 여성혐오와 성차별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것은 단어가 갖는 파급력을 얼마나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인가.

용어의 번역은 중요하다. 특히 전문용어의 번역은 후대를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제일 처음 미소지니를 번역한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예상하지는 못했으리라. 이 번역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고, 전문가들이 고심해서 이 단어를 골랐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이 단어를 평가하라고 하면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의미는 확장되고 있는데 그 확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단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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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기자라는 이름 단 놈이 모 배우의 "여배우" 이야기에 "그건 여성혐오가 아니라 성차별이다"라고 써놓은 기사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쓰는 글. 공부 좀 해라. 모르면 공부를 하는 게 맞다. 모르면 공부하라는 소리에 벌컥 하는 사람들은 왜 또 그렇게 많은지. 사람이 모든 걸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모르면 공부하는 게 당연히 맞는 거 아닌가.

학력이 낮은 건 자신의 잘못이 아닐 수 있지만, 공부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다. 나는 최소한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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