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 혼잣말

글자하고 도대체 전생에 무슨 관계였는지 모르겠다. 작업 들어가서 미친 듯이 글자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쉬는 시간에는 킨들을 들고 책을 읽었다. 하필이면 작업하는 내용과 취미로 읽고 있는 내용 둘 다 꽤나 감정을 몰아치는 타입이라서 헉헉거리면서 보는데, 이런 게 또 중간에 끊기 힘든 타입 아니겠는가. 결국에 헐떡거리며 작업하다가 쉰다고 또 책 보며 헐떡거리고... 그래서 한 권 작업하는 동안 7권 짜리 시리즈를 헐떡거리며 다 읽었다. 속이 고구마 백 개 먹은 듯이 터져나가는데도 읽고 있으니 원. 내가 봐도 내가 답답할 지경. 전생에 나는 글 한 자 안 읽는 한량 선비였나, 그래서 이번 생에는 글자와 이렇게까지 밀접하게 살아가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제발 작가들이여, 주인공을 꼴까닥 죽여놓고 귀신이 되어 "이것도 새로운 삶이지" 하면서 해피엔딩인 척 연애의 마무리를 해주지 말아라... 죽은 건 죽은 거야. 파워 밸런스 안 맞춰놓고서는 해결이 안 되니까 죽이지 말라고! (샤논 메이어 당신 말이야...)

트위터에서 한참 여주인공의 성장 이야기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다. 영미권 어번판타지와 영어덜트 소설 위주로 보다 보면 그쪽에서는 이미 헝거 게임 같은 여주인공 디스토피아물이 영어덜트 분야에서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어서, 여주인공 성장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얘기에 공감이 좀 가지 않았다. 어번판타지도 마찬가지. 강한 여주인공의 시리즈물(연애도 빠지지는 않지만)이 꽤 있다. 추리나 스릴러 쪽에도 없지 않고. 잘 쓴 작품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다면 답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쨌든 가짓수로만 보면 꽤 많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런 거 없다- 라는 단언은 정말로 관심도 없고 찾아보지도 않은 채 하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 나의 킨들에 들어가 있는 수백 권의 책들은 대체로 보통의 독자들이 거의 알지 못하는 마이너한 장르의 책들이긴 하다만... 어차피 취미로 독서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책만 골라서 보는 게 딱히 문제가 있나?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는 게 잘못인가? "베스트셀러만 읽는" 것도 독서의 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 베스트셀러 취향자들이 남의 취향을 무시하지 않아주면 고맙겠다. 가끔 독서를 좋아한다면서 왜 이런 것도 읽지 않았지? 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본다. 어쩌라고? 그건 너님 취향입니다? 

요가 선생님에게 "척추 많이 부드러워졌네요!" 라는 칭찬을 들었다. 팅커벨 자세가 동그랗게 잘 나와서... 물론 고질적인 허벅지와 아랫배의 살은 여전하지만, 어깨와 등이 부드러워진 건 다행이다. 몸무게도 간신히 이전과 비슷.. 비... 음, 뭐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고비를 넘긴 것 같다. 대신 식생활도 그만큼 도로 나빠졌다. 하, 하. 

블랙팬서 이래로 영화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 물의 형태도 결국 못 봤고, 퍼시픽림2도 못봤다. 이대로라면 데드풀2가 나와야 극장에 가게 되려나 싶을 지경이다. 안 돼... 이미 놓친 건 어쩔 수 없이 올레티비에서 봐야 하나. 물의 형태는 정말로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너무 슬프다. 으흑흑... 요즘 왜 이렇게 영화들이 극장에서 빨리 내려가는지 모르겠다. 짜증난다.

5월인 줄 알았던 도쿄행은 6월 초로 확정이 되었다. 5월 초쯤 여행을 한 번 다녀오면 좋겠는데 하필 이때가 황금연휴네? 직장인도 아닌데 구태여 황금연휴에 직장인들과 함께 비싼 표를 사서 여행을 갈 이유는 없고... 그럼 언제가 좋을까 생각하다 보니까 또 갈피를 못 잡겠다. 

꽃놀이는 했다. 석촌호수에서. 하, 하. 도로 추워지기 직전 날씨 좋은 날에 귀여운 겨울양과 함께 한 바퀴를 룰루랄라 돌고 꽃사진도 찍고 왔다. 그걸로 올해의 꽃놀이는 완료. 이제 날이 완연히 풀리면 누군가를 꼬셔서 캠핑하러 갈까 싶다. 나이먹으면서 예전엔 생각도 안했던 것들이 하고 싶어진다. 캠핑도 그렇고 국내여행도 그렇고. 차 끌고 이영자 휴게소 맛집 투어라도 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왠지 이거 한다면 붙을 사람들이 좀 있을 거 같아...

언제나처럼 주절주절 통일성이라고는 1도 없는 의식의 흐름에 따른 일상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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